ETC

연구 끄적임 - 주제 잡기
처음으로 스스로 연구 주제를 잡고 Literature 리뷰를 하고 분석을 하다 보니, 예전엔 내가 어떻게 연구를 시작했나 싶다.
스스로 연구 주제를 찾고 스스로를 리딩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가 어떻게 다 갔는지 모르겠네...” 싶었던 오늘, 교수님께서 보내신 카톡 하나.

“00아, A 논문 슬라이드 준비 좀 부탁해”

다음 주에 세미나에서 다루시기 위해 PPT를 만들어 달라고 하셨는데, 하던 일을 멈추고 매달렸더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PPT를 완성해서 메일로 보내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현재는 20년 5월 11일 23시 58분. 막차가 끊긴 시간이다. 듣고 싶은 세미나가 30분 뒤에 시작하니 글이나 적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논문 항상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연구다.


1. 연구는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 부디 좋아하는 것을 해라.

사실 이 연구는 내가 시작한 2번째 연구다. 그 때는 이렇게 오래 하고 있을 줄 몰랐던, 그리고 현재에도 진행 중인, 만약 이렇게 오래해야 할 줄 알았다면 내가 연구자가 되기로 결심 했을지 싶은 그런 녀석이다.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하고 거의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간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보게 될지 모르지만 정말… 징글징글 하다고 느껴지는 녀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연구 주제를 설정할 때, 선택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주제를 잡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혹은 선배님)이 제안해주시는 것을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수님이 정해주신 연구 분야, 방법론을 이용하여 연구를 시작한다. 이것이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나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연구할 수 있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셔서(낚여서?) 입학했지만, 내가 처음 꿈꿨던 주제는 단 한 번도 다루지 못 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교수님이 나에게 많은 부분을 맡겨(?) 주시지만… 교수님이 모든 것을 지시 해주셨던 시기가 정말 편할 때라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이제는 “스스로 정답을 찾아오라” 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처음부터 교수님이 잘 모르시는 분야를 내 고집으로 잡았다면, 이만큼 지도를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을까…


3. 마지막으로 어떤 연구를 시작했더라도 그건 이제부터 ‘나’의 연구다. 다른 사람의 연구가 아니다.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주제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실은 항상 명심하길. 난 누군가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고, 같이 일하는 선배도 교수도 나를 도와 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 팀에서 초짜 는 ‘나’밖에 없다. 예전에는, “왜 교수님은 일찍 안 봐주시고, 밤에 나를 괴롭히실까… 왜 이 시간에 자꾸 일을 시키시지?”라며 불평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함께 작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 했다. “이 늦은 새벽까지 교수님이 나를 위해 일해주고 계시구나… 빨리 해결 해보자...”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교수님을 위해(?) PPT를 만들어서 보냈다. 그런데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들과 함께 답장이 왔다. 역시, 교수님 마음에 한번에 들 리가 없다. 사실 생각해보면 계속 그랬던 것 같다. 더 좋은 방식이 있었는데 부족한 내가 한번에 해내지를 못 했다.
이런 과정이 귀찮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해내고 싶다. 계속 해보다 보면 언젠가는 교수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는 날이 올까... 평생 안 올 것 같긴 하다.



항상 글을 어떻게 마무리 하면 좋을까 생각해보지만, 이번에도 우리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으로 마무리 하는게 좋겠다 싶다.
"네가 그렇게 고생하면서 오랜 시간 투자한 연구니까, 남들한테도 제일 예쁜 모습으로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