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대학원에서의 첫 수강신청
대학원에 처음 왔는데 수강신청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내일이 수강신청이라서 그런가...

학부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대학원에 처음 오면 모든 것이 낯설다. 그래서 신입생들은 여럿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고...
다만 안정을 추구한다면 교수가 아니라, 당신의 전공 선배들에게 묻는 것이 안전하다.

솔직히 전공에 따라 수업에 따라 요구하는 학습량이 천차만별이라 적당한 기준은 없을 테지만, 몇가지 고민해봤으면 하는 점들을 짧게 간추려보려고 한다.
대학원이라는 곳에서 어차피 나의 인생의 일부를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면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선은 도전을 권유해보고자 한다.


1. 몇 학점을 듣느냐보다 무엇을 요구하는지 주목해라.

어떤 수업은 과제와 시험으로 성적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 수업들은 텀페이퍼를 내야하기도 하며 어떤 수업은 이 모두를 다...
사실 학부 때도 체험하지 않았던가. 어떤 과목들은 함께 수강했을 때 시너지를 주기도 하고 어떤 수업들은 전혀 관련이 없기도 하다.
나는 수업들이 요구하는 바를 적절히 분배할 수 있는 과목들을 함께 수강하기를 권한다. (텀페이퍼를 3개써야 한다면 학기말을 한번 상상해보자... No way...)

예를 들자면, 방법론 수업을 들으면서 세미나 수업의 텀페이퍼에 적용하는 걸 나는 즐겨 썼는데 수업들의 학기가 겹치지 않아도 활용하고는 했다.
1학기에 쓴 텀페이퍼 A를 훨씬 더 발전 시켜서 2학기의 B 수업에 제출하면서 완성도를 계속 올렸던 것이다. 우리 분과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특정 과에서는 기피해야 할 수도 있기는 하다.
(교수님들이 서로 이야기 하다 '재탕 여부'를 아시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를 후배들이 하던데, 생각보다 교수님들은 여러분의 텀페이퍼에 관심이 없다. 바쁜게 많아서 쉽게 잊으시고...)
하지만 교수님들이 좋아하냐 싫어하냐와 상관 없이, 난 개인적으로 내 페이퍼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나쁜 방향이 절대로 아니라고 믿는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글을 여러개 만드는 것보다는, 하나에 집중적으로 역량을 쏟아 발전 후 나중에 투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어떤 결정이 더 나은 판단일지는 자명한 것 같다.
수업 편람을 보면서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또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2. 어려운 과목을 두려워하지 마라. 첫학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처음'이라서 겁이 나는가? 사실 이 '처음'이라는 방패는 상당히 강력한 무기인데 학생들이 잘 모른다.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가장 자주 들었던 표현이 "제가 첫학기라 조금 미숙하지만..."과 같은 겸양이었다.
'첫학기'는 "주제를 급하게 바꾸느라" 류의 (그래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변명들 보다는 상대를 더 관대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듯 하다. 나도 처음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잔인한 커멘트를 주는 나쁜 선배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마음은 교수님도 마찬가지 아니셨을까...

누구나 처음은 있고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다면 사실 여러분은 대학원생이 아니라 교수를 했어야 한다. 못할까봐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길 다시 한번 권유한다. 여러분들이 못해도 교수님들이 "그래 저 친구는 첫 학기니까..."라며 면죄부를 주는 기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다음 학기가 오면 '도대체 지난학기에 뭘 배운거니...'라는 표정을 맞이하게 될테니(?) 부디 어려운 과목에서 도망치지 말고 열심히 배우길 바란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지 말자

처음 대학원에 들어오면, M 학점을 들으면서 "아 학부에서는 N 학점도 들었으니까..."라며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용기를 가지라고는 했지만, 몇몇 후배들은 만용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적절한 물타기를 시도해본다.

아래에는 '적절한 도전'을 고려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부연해보기로 한다.
1) 배우는 수준이 다를 수 있다. (훨씬 어려울 수도 생각보다 쉬울수도...)
2) 학부 조교나 행정 조교는 의외로 많은 시간을 잡아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내 공부에 지장이 갈 수도 있다)
3) 내가 얼마나 바쁘냐와는 상관 없이 교수님께서는 연구를 여러가지 시작하길 바라실 수 있다.
4) 새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뺐어간다. 이건 사실 자대 대학원으로 진학했어도 마찬가지
5) 어른이 되면 생각보다 일이 많이 생기더라... (청첩장 모임, 결혼식, 장례식 등등)

Ps. 나도 수강 신청하고 싶다...라고 적었다가 사실 하기 싫다는 본심과 마주했다... ㅋㅋ 후배 A가 행복한 첫 학기를 보내길 바라며 이 글을 보낸다.
적고보니 이러라는 것도 아니고, 저러라는 것도 아니라서 아무런 도움이 안될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인생엔 정답이 없다고 하더라... 행복해라.